중식당에서는 왜 연태고량주를 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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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음료에는 단짝 같은 조합이 있다. 치킨을 먹으면 맥주를 마셔야 하고, 삼겹살을 먹을 때는 소주를 마셔야 하고, 햄버거에는 콜라가, 김밥에는 사이다가 언제나 쫓아온다. 그럼 탕수육을 먹을 때는? 무조건 ‘연태고량주’지.

사실 연태고량주를 마시기 위해 탕수육을 시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 모르겠다고? 한 번 같이 먹어보면 왜 이것이 순리임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기름진 음식 위에 뿌려지는 화끈한 알콜과 과일향, 달콤한 맛은 입맛의 급속 충전을 도와주니까.

이렇게 몇 개월을 시켜서 먹다 보니 의문이 생겼다. 그런데 그 많은 대륙의 술 중에 왜 ‘연태고량주’일까?


그 많은 중국 술 중에
왜 연태고량주일까?

문화가 깊은 곳은 술의 맛과 역사도 깊다. 중국은 차보다도 술의 역사가 깊다. 중국술은 크게 홍주(포도주), 황주(곡물을 발효한 술), 백주(곡물을 발효한 술을 증류한 술)로 나뉜다. 여기서 우리가 고량주, 속칭 ‘배갈(白干儿)’이라고 부르는 술은 백주다. 투명하고 독한 증류주다.

(마오타이, 연간 생산량 20만 톤인데 판매량은 200만 톤인 기적의 술)

시가총액으로는 삼성전자보다 높다는 ‘마오타이주’도 백주에 속하고, 90년대 중국집에서 찾기 쉬운 이과두주도 백주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연태고량주 역시 백주에 속한다. 하지만 세 백주는 모두 향이나 느낌(그리고 가격)이 전혀 다른 술이라고 볼 수 있다.

어느덧 국내 주류시장에서 매출액의 7%는 백주가 차지하게 되었다. 그 백주 중에서 연태고량주는 50% 이상으로 압도적인 1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대체 어떤 매력이 ‘중식당=연태고량주’의 공식을 만들어 낸 걸까?


1. 이건 거의 파인애플 아니냐?
향긋하고 달콤한 백주의 세계

(이과두주, 연태고량주, 마오타이주 모두 백주지만 다른 녀석이다)

‘파인애플 향이 난다.’ 연태고량주를 처음 맛본 사람들의 공통된 평가는 이렇다. 독하고 쓸 것만 같은 걱정과 달리 과일향이 풍부하고, 혀끝에서는 달콤한 맛도 감돈다(그렇다고 마구 마시다가는…).

앞서 말한 이과두주는 알콜향이 진한 소주 느낌의 ‘청향형 백주’다. 마오타이주가 된장이나 간장 같은 깊은 향의 ‘장향형 백주’, 그리고 연태고량주는 꽃향 과일향이 나는 ‘농향형 백주’로 구분이 된다. 한국사람들에게는 ‘농향형 백주’가 입맛에 맞는 것.

알콜도수 역시 한국사람을 위해 맞춰졌다. 기존에 고량주라 불리는 백주는 보통 40~50%의 도수를 갖고 있다. 하지만 연태고량주는 34%의 비교적 낮은 도수를 가졌다. 원래부터 그런 것이 아닌 2003년 한국에 정식 출시가 되면서 한국의 소주(당시에는 알콜도수 20% 내외)보다는 높고 중국집의 백주보다는 낮은 맞춤식 도수를 만들었다고.

때문에 ‘고량주’라 불리는 강한 이미지와는 달리 맛과 향이 풍부한 점. 그리고 (상대적으로) 부담 없는 도수가 사람들이 연태고량주를 만났을 때 좋은 기억으로 남게 했다. 술도 역시 맛이 중요하지.


2. 연희동, 연남동을 지배하는 술이
중식당을 지배한다

(한반도와 가까운 산둥성)

하지만 유독 중국집에서 잘 팔렸다는 것은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연태고량주가 만들어진 곳이 국내에 거주하는 화교들의 출신지였다. 술 이름에 적혀있는 ‘연태(옌타이)’는 중국 산둥성의 도시다.

한국에 거주하는 화교는 한반도와 가까운 산둥성 출신이 대부분이다. 또한 화교들은 한국에 중식 문화를 들여왔다. 때문에 음식과 함께 자연스럽게 고향의 술인 ‘연태고량주’가 소개되었다는 것이다.

화교들이 많이 살고 있는 서울의 연희동과 연남동에는 여전히 중식당이 가득하다. 자연스럽게 이곳에서 소개하는 술이 중식당의 표준이 되고 있다.


3. 탕수육과 짜장면은 그만
다양해진 중식의 세계

탕수육과 짜장면을 말했지만, 나날이 커져가는 중식 문화도 연태고량주의 성장에 도움을 주었다. 불과 몇 년만 해도 몰랐던 ‘양꼬치(앤 칭따오)’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다음에는 ‘훠궈’가 또 최근에는 ‘마라탕’이 큰 인기를 끌었다. 마라맛 과자까지 나왔으면 말을 다 했지.

일상에서 접하는 중식의 비중이 높아지니, 술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이미 칭따오, 하얼빈 등의 중국맥주는 국내에서 대중적인 맥주가 되었다. 하지만 진짜들은 ‘연태고량주’와 중식의 조합을 알지. 더 진짜들은 ‘연태고량주’와 ‘칭따오’를 섞어 마신다고 한다(…). 물론 한국에서만 이렇게 먹는다고 한다. 역시 소맥의… 아니 융합의 민족!


한국을 사로잡은
연태고량주의 다음은?

‘맛이 독하거나, 가격이 사악하거나’라고 느껴졌던 중국술에 세계에 맞춤형 백주가 왔다. 2003년에 들어온 연태고량주는 매년 평균 30% 수준의 매출액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음식을 시킬 때 공식처럼 따라오는 술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연태고량주의 성장과 함께 도전자들도 가득 증가했다. 다양한 풍미를 가진 중국의 백주들이 들어오는 것이다. 과연 한국에 자리를 잡은 ‘연태고량주’는 어떻게 이 타이틀을 지킬 것인지, 또 연태고량주의 아성에 도전하는 다른 중국술들은 어떤 맛인지 궁금해진다. 마시즘의 취권이 멀지 않았구나.

※TMI : 연태고량주의 고량주는 우리가 사용하는 고량주와 의미가 다르다. 일반적인 고량주는 ‘수수’를 뜻하는 ‘고량(高梁)’을 사용한다. 하지만 연태고량주는 ‘옛 기법으로 술을 빚었다는’는 ‘고양(古酿)’인 것. 때문에 연태고량주는 연태지역에서 오랫동안 만들어낸 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물론 이를 안다고 술맛이 바뀌지는 않는다.
  • 참고문헌
  • [술여행] 연태고량주 인기 비결을 듣다!, 김응구, 투어코리아, 2020.7.14
  • 연태고량주는 어떻게 중식당을 휩쓸었나, 김문관, 조선비즈, 2019.5.5
  • 병당 700원? 수입산 소주?…‘연태랑’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손재철, 스포츠경향, 2018.6.20
  • [이서우의 Pick味] 짜장면엔 고량주?···알수록 더 마시는 ‘대륙의 술’, 이서우, 아주경제, 2019.9.1
  • 국민고량주, 연태고량주, 취화선, 매일경제, 2017.4.22
  • [오늘밤 酒인공은 나야나] ⑤ 불덩이 같은 중국술? 향이 차오른다!, 김은강, 김민혁, 서울경제, 2018.9.22
  • [트렌드] 길어지는 `홈술`…고량주·양주 등 센술 잘나가네, 김태성, 매일경제, 2020.5.28
  • [중국백주보감] 2. 현재 농향형이 백주시장의 대세!, 김현수, 힐링앤라이프, 2020.6.17
  • [홍창표의 차이나워치]중국의 백주(白酒) 경제학, 홍창표, 이데일리, 201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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