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왜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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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에게 ‘독립운동’ 다음으로 가장 결연한 구호가 있다. 바로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말이다. 아무리 춥더라도 얼음이 들어있는 차가운 음료만 마시겠다는 단호함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뜻을 거부할 수 없다는 무용담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이런 투머치 비장미가 웃기기도 하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열정이 한국 커피 세계를 바꾸고 있다.

한국사람 1인이 한해에 마시는 커피만 353잔(세계 평균은 132잔이다). 과거에는 냉면, 아니 여름철 별미 정도로만 찾던 ‘냉커피’는 계절을 뛰어넘어 한국 사람들이 찾는 커피가 되어가는 것일까?


대한민국 최대의 음식 구호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전설… 아니 레전드의 시작)

우리는 그 역사적인 시작을 얼죽아, 즉 <얼어 죽어도 아이스 커피 협회>에서 찾을 수 있다. 2018년 12월 7일에 트위터에 올라온 한 선언문으로 시작된 ‘얼죽아’는 아이스 음료를 좋아하던 사람들을 대동 단결하게 만들었다. 물론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대한 수요는 오래전부터 있었고, ‘따아’ ‘아아’ 등의 계파 역시 존재했다.

하지만 2018년은 전례 없는 추위가 닥친 해였다(소주병이 얼어있는 인증사진들이 돌던 때다). 영하 20도에 육박하기도 한 날씨에서 올라온 이 트윗의 내용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던 사람들의 심장을 뜨겁게 만들어냈다. 그야말로 난세의 소신발언이었고, 무의식 중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시던 사람들에게 소속감을 느끼게 했다.

거기에 <쪄 죽어도 따뜻한 물 샤워 협회>의 지지선언. 정적인 <쪄 죽어도 뜨거운 커피> 협회의 공격까지 서로의 취향에 대한 합종연횡이 자자했다. 그냥 인터넷 상에서 펼쳐지는 가상 놀이가 아니냐고?

맞다 하지만 그 해(스타벅스 기준) 12월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판매량은 전년 12월 대비 30%가 증가했고, 2019년 1월에는 40%가 증가했다. 이는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이디야커피, 투썸 플레이스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얼죽아’라는 이름이 무의식의 취향을 일깨워 소비자 운동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해외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없다고요?

(??? : 어디서 근본없이 커피에 물을 부어!?)

‘세계적인 트렌드 때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국내에 유행한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 역시 남았다. 하지만 아메리카노 자체가 유럽에서는 표준적인 커피가 아니다.

자칫 ‘아이스커피’를 잘못 주문했다가 뜨거운 커피에 얼음을 넣어서 주는 괴식이 나올지도 모른다. 때문에 유럽에서는 온전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나오는 스타벅스가 ‘고향의 맛’을 선사한다고 하는 한국 여행객이 많다.

그렇다. 지난 <믹스커피의 모든 것>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유럽 사람들이 마시던 에스프레소였다. 하지만 이게 입맛에 너무 쓴 미군들이 커피에 물을 타기 시작하면서 ‘아메리카노(미국 커피)’가 탄생한다. 한국사람들은 거기에 얼음까지 타서 마시니 뭐랄까, 김치가 엄청 유명해졌는데 미국 사람들은 김치를 물에 헹궈 마시고, 유럽 사람들은 거기에 얼음까지 넣어서 마시는 느낌이 아닐까?

물론 먹고 마시는 것의 취향과 방법은 존중되어야 한다. 말하고 싶었던 것은 한국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사랑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왜 한국 사람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좋아할까?

그렇다면 왜 한국사람들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는 것일까? 여기에는 커피업 종사자의 생각,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후기 등을 취합해볼 대 몇 가지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첫 번째, 한국 사람만의 종특 아니, 일상에 잘 붙어있는 음료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것이다. “얼죽아를 왜 좋아해?”라는 말에 많은 답변 중 하나는 “열 받을 일이 많아서”다. 단순히 스트레스가 많아서 얼음을 먹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커피를 마실 때 중요한 것이 ‘갈증해소’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따뜻한 음료로는 만족스러운 갈증해소를 할 수 없으니까.

두 번째, 커피를 마시는 시간에서도 이를 찾을 수 있다. 학생들의 쉬는 시간,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등 어느 정도 쉬는 시간의 제한이 있는 활동에서 빠르게 마실 수 없는 따뜻한 커피보다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제격이라는 것. 때문에 우린 이 음료를 우사인 볼트처럼 빠르게 쪽 빨고 머리가 띵하곤 한다.

세 번째는 ‘맛’이다. 그간 한국에는 ‘커피우유-자판기 우유-라테-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커피에 익숙해지는 유구한 전통이 있지만, 갑자기 쓴맛과 신맛 등의 맛이 느껴지는 아메리카노라는 벽에 부딪히기 전에 ‘고소함’이 살아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우리가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라 현대판 보리차나 누룽지, 숭늉인 것이었던 것.

네 번째는 는 ‘젊음’이다. 카페에서 따뜻한 음료와 아이스 음료를 시키는 것은 어느덧 젊음을 가르는 기준이 되었다. ‘얼죽아’, ‘아아’ 등의 밈이 된 신조어의 탓도 있겠지만 보통 트렌디한 신제품은 아이스 음료들이 잡고 있다. 커피의 한 축이 되는 콜드 브루도 그렇고, 제조를 했을 때 맛의 조화나 미관상으로도 아이스 음료들이 돋보인다는 것.

마지막으로는 ‘온도’다. 겨울이 점점 따뜻해지고 있다. 지구가 얼죽아를 위해 돌아가는 것이다(아니다). 또한 카페에서도 따뜻한 실내공간이 있기 때문에 테이크 아웃이 아니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서 마시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얼죽아가 바꾸는
한국 커피의 풍경

‘얼죽아’는 시장에서도 상식이 깨지는 현상을 만들고 있다. 겨울에도 차가운 음료제품들을 출시하게 만드는 것이고, 아예 음료의 표준을 바꿔가는 것이다(한국 스타벅스의 아이스음료 매출은 64% 정도를 차지한다).

단순히 ‘특이한 취향’의 모임으로 시작되는 현상들이 많은 것을 바꾸고 문화가 된다. 반대로 위대한 변화를 이끈 운동들도 어쩌면 시작은 이렇게 작고 재미있었을지도 모른다. 비록 음료는 차갑지만, 뜨거운 열정을 가진 얼죽아 협회원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물론 나는 ‘쪄죽뜨’라서 따뜻하게 마시겠지만 여러분의 열정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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