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심은 어떻게 커피의 동의어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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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심을 모르는 민족에게
커피란 없다”

쌀쌀한 아침 공기에 눈을 뜨면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주방에 주전자 뚜껑이 들썩이는 소리. 잔에 물이 부어지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향기가 집안을 맴돌고, 엄마 아빠의 대화 소리가 들린다. 이것이 커피에 대한 나의 첫 번째 기억이다.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걸?

이런 기억 덕분에 출근 때마다 주머니에 커피믹스 2봉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는다. 곰과 호랑이도 100일 동안 마늘과 쑥을 먹으면 사람으로 변한다던데, 매일같이 2봉의 맥심 모카골드를 15년 넘게 마신 나는 뭐라도 되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생각할 때 산신령 아니 맥심(동서식품)의 연락을 받았다.

“올해가 맥심이 태어난 지 40년이 되는 해인데요. 사람들과 추억을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15년차 맥심러 마시즘은 드디어 깨달았다. 아 맥심이 나보다 형이었구나.


원두 한 줌 자라지 않는 나라에서
가장 빨리 자란 커피문화

매일 아침 하루를 시작하는 음료, 누군가를 만날 때 마시는 음료. 커피가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쯤 무엇을 마시고 있었을까? 한국에서는 커피가 자라지 않기에 한 번쯤 해볼 법한 생각이다. 실제 해방 후에 마셨던 커피들은 대부분 미군에게 웃돈을 얹어서 사거나, 밀수품 혹은 커피를 따라한 어떤 음료였다.

1968년이 되어서야 국내에 첫 커피 전문 기업이 생긴다. 그 시작은 단순한 물음이었다. “이렇게 구하기 어려운 커피를 사람들이 조금 더 간편하게 즐길 수 없을까?” 그렇게 동서식품이 탄생했다. 그리고 최초의 국산 커피 ‘맥스웰 하우스’가 출시되었다.

(집안마다 타는 비율이 달랐다는, 전설의 커피 3대장)

커피가 해결되니 이번에는 ‘크리머(coffee whitener)’가 문제였다. 당시 사용되는 크리머는 외국에서 만든 액상크리머. 이 녀석은 가격도 만만치 않았을 뿐 아니라 보관·보존이 어려웠고, 무엇보다 향이 낯설었다. 그래서 1974년 동서식품에서 개발한 게 ‘프리마’다. 덕분에 각 가정에는 커피, 프리마, 설탕이라는 한국 커피 필수 3요소가 만들어졌다.

(최초의 커피믹스는 한국에서 만들어졌다)

그리고 2년 뒤인 1976년 12월, 커피업계를 뒤흔들 수 있는 발명품을 만들어졌다. 이름하야 ‘커피믹스’, 즉 전세계에 유례없는 올인원 커피를 만든 것이다. ①커피믹스의 포장을 뜯어 ②컵에 가루를 쏟고 ③뜨거운 물을 부었을 뿐인데 한 잔의 커피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간편할 수가!

덕분에 한국인은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커피를 탈 수 있는 민족이 되어버렸다.


인스턴트 커피에 ‘향’을 보관하다
맥심의 탄생

돌이켜보면 대단한 기술이다. 보통 해외는 통에나 병에 인스턴트커피를 보관한다. 때문에 따로 재료가 필요하고 들고 다니기가 불편하다(그것조차도 기존 커피를 내리는 과정을 생각하면 우사인 볼트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언제든 만들 수 있는 한 잔의 커피를 품 안에 넣고 다닌다니!

(가장 왼쪽이 원두, 그리고 분무건조공법으로 만든 커피, 냉동건조공법의 커피다)

1980년에는 인스턴트 커피 자체의 품질을 업그레이드시켰다. 전통적인 방식에서 나오는 ‘커피의 향’을 커피믹스에 구현하기로 한 것. 그렇게 ‘냉동건조공법’으로 만든 커피(쉽게 설명하면 가루가 아닌 알맹이로 된 인스턴트 커피)인 맥심이 탄생한다. 이 기술은 앞으로의 맥심을 책임지는 주요 기술이 되기도 한다.

(맥심 커피믹스의 탄생, 현재 커피믹스의 원형이 되는 디자인이 되었다 )

1987년에는 맥심이 커피믹스로도 진출하며 커피믹스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선배인 ‘맥스웰 하우스’가 사각 파우치 형태의 커피믹스였다면, 맥심의 커피믹스는 스틱 포장을 처음 도입했다. 이 길쭉한 모습이 우리가 아는 커피믹스의 표준적인 형태가 되었다.


여기가 모카골드의 나라
한국입니까?

같은 맥심파여도 취향이 다르다. 가장 가까운 예로 나는 노란색 맥심 모카골드 파지만, 부모님은 빨간색 맥심을 선호한다. 때문에 마트에서 노란색 맥심 모카골드를 사오면 실랑이를 벌이곤 했다. 오리지널을 사오지 않았다고.

맞는 말이다. 초기의 맥심은 원두커피가 연상될 정도로 진한 커피향과 강한 맛을 자랑했다. 하지만 커피에 대한 취향이 다양화 되면서 ‘부드러움’과 ‘순한 맛’을 가진 맥심도 필요하게 되었다.

(탕비실에 분쟁이 나지 않으려면 맥심을 색깔별로 마련하는 게 좋다)

그렇게 개발된 신제품이 1989년에 나온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줄여 모카골드)’다. 오랜 소비자조사로 한국인이 좋아할만한 맛과 달콤함을 모두 구현했다. 덕분에 해외에서 들어온 커피들 사이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맥심의 황금비율이라고 할까? 덕분에 사람들은 모두 맥심을 모카골드의 ‘노란색’으로 기억한다. 사실 원조는 빨간색이었단 말이지.

(90년대 맥심 광고의 분위기는 따뜻함 그리고 향긋함이 아닐까?)

90년대에 들어서는 광고도 맥심의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이전까지의 광고들은 ‘외제커피를 국산화에 성공했다’였다면, 이제 ‘향이 좋은 커피’라거나 ‘커피 한 잔의 여유’와 같은 따뜻한 이미지를 선보였다. 덕분에 맥심을 마신다는 것은 단순히 커피를 즐기는 것 이상의 교양과 여유를 상징하는 것이 되었다.

맥심이 바꾼 커피 문화의 풍경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다방이나 사무실에서 커피를 타서 주는 모습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누구나 쉽게 커피를 탈 수 있고, 마실 수 있는 시대. 한국은 커피 열매 하나 나지 않던 나라에서, 물 다음으로 커피를 많이 마시는 나라가 되었다.


카페와 아메리카노의
반격을 맥심이 맞이하는 법

한국은 더 이상 커피를 구하기 위해 ‘도깨비 시장’을 찾아야 하는 나라가 아니었다. 2000년대에 들어 생긴 가장 큰 변화는 골목마다 커피를 내리는 카페들이 생겨났다는 것. 그리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카페의 시대에 맞서 나온 다음 세대의 맥심, 티오피와 카누)

이런 시대적 흐름에 맥심은 ‘아메리카노’와 같은 맛과 향미를 가진 커피를 출시하기로 한다. 사실 한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원두를 연구하고, 배합해온 입장에서 커피에 대한 취향이 다양해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처음 나온 것은 2008년에 출시한 ‘맥심 티오피(Maixm T.O.P)’. “네가 그냥 커피라면 이건 TOP야’로 유명한 그 티오피다. 티오피는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메뉴와 풍미에 맞춘 완성형 커피이자 커피가 가는 곳은 어디든 선두해왔던 맥심의 열정이기도 했다. 여기에 원빈님의 외모가 티오피의 풍미와 열정에 기름을 부으며(?) 맥심은 또 다른 전성기를 맞이한다.

(인간 티오피, 선생님은 왜 나이를 드시지 않는 것입니까)

2011년에 나온 ‘맥심 카누(Maxim KANU)’는 우리가 알던 인스턴트 커피의 틀을 깨는 녀석이었다. 카페에서 판매하는 아메리카노의 맛과 향을 그대로 구현하도록 만든 것이다. 간단한 방법으로 아메리카노의 풍미를 만드는 간편함은 물론, 포장에서부터 원두의 종류와 로스팅 단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를 만든 것.

(이젠 아메리카노뿐만 아니라 라떼 종류도 어지간한 카페보다 많고 맛있다)

간편하면서도 섬세한 변신에 카누는 누적 65억 잔을 판매하며 ‘인스턴트 원두커피’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최근에는 빠르게 변화하는 대중들의 입맛을 그대로 반영해서 계절별 블랜딩은 물론, 티라미수 라떼나 돌체라떼 심지어 최근에는 민트초코라떼까지 만들었다.

사실 이쯤 되면 그냥 카페를 만들거나, 원두를 팔아도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만들어 버린 것이 함정. 사실상 맥심의 앞길에는 커피머신 출시나, 커피농장을 만드는 미래만이 남은 게 아닐까?


경험 가능한 커피의 세계
커피믹스를 넘어 브랜드로

(맥심의 끝판왕, 던젼 오브 맥심이라고 볼 수 있는 맥심 플랜트)

카누와 티오피의 성공은 의미하는 바가 컸다. 맥심이 인스턴트 커피 뿐만 아니라 커피 전반에 대한 연구와 이해도가 높다는 것. 이쯤 되면 다음 맥심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게 된다. “과연 맥심이 (공산품이 아닌) 직접 내리는 커피는 얼마나 맛있을까?”

그런 의문을 해결해 줄 공간이 생겼다. 이름 하야 ‘맥심 플랜트(Maxim Plant)’라는 카페이자 브랜드 체험관이다. 문제는 맥심 플랜트가 서울 한남동, 그것도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옆이라는 것이다. 이거 완전 에미넴 앞에서 프리스타일 랩 하라는 거 아닌가? … 라면서 가본 기억이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식물과 함께하는 맥심플랜트 1층, 내가 알던 맥심이 맞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맥심 플랜트는 커피믹스를 파는 공간이 아니었다. 대신 공간의 구성부터 각종 체험까지 커피에 대한 감각과 문화를 집대성한 공간이다. 지하에 있는 거대한 로스팅룸과 3층의 리저브 매장의 원두 아카이브는 맥심의 전문성을 집약한 커피 ‘공장(Plant)’이기도 하지만, 즐기는 입장에서는 공원 속에 있는 듯 ‘식물(Plant)’들과 함께 여유를 즐기는 힙한 카페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반한 것은 디테일이다. 내가 좋아할 만한 원두를 어렵지 않게 설명해 추천해준다. 또 커피와 어울리는 시와 음악 추천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커피를 즐기는 방법을 상상하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영수증에 적힌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coffee=maxim’이라는 것부터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감동했지만.


우리에게 맥심은
어떻게 커피의 동의어가 되었나

(40년 동안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구나)

인스턴트 커피에서 맥심 플랜트까지. 그동안 우리가 맥심을 단순히 ‘커피믹스’로만 규정해오지 않았나라는 반성을 하게 된다. 맥심이 지난 40년 동안 지키고 있는 것은 ‘커피믹스로의 맥심’이 아닌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더 간편하고 즐겁게 커피를 즐길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답을 내리는 것이 아니었을까?

(당신이 좋아하는 맥심은 어떤 모습을 했나요?)

시대의 요구에 맞춘 변화 덕분에 맥심에는 당시의 가장 보편적인 커피의 정서가 담겨있다. 그것이 아침 출근길에 매일 챙기는 커피믹스일 수도 있고, 카누나 맥심플랜트에서 마시는 원두커피일수도 있다. 아무래도 커피에 대한 첫 기억, 또 우리가 커피를 즐기는 순간에 맥심이 있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이야기가 될 거 같다.

안성기 선생님 말씀처럼 우리에게 커피는 맥심이니까.
*이 글은 유료 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참고문헌
  • 세계 최초의 커피믹스 동서식품 ‘맥스웰하우스 커피믹스’, 정영일, 전자신문, 2016.11.21
  • 동서식품 ‘맥심’ 동결건조 기법 첫 도입 커피시장 77% 석권, 한국경제, 2009.10.27
  • 이 제품 어떻게 만들까? 맥식 커피믹스, 차상호, 경남신문, 2011.7.6
  • 커피공화국을 이끈 1등 공신, 조윤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2020.8.26
  • 맥심 모카골드 ‘한국인의, 한국인을 위한’ 커피의 탄생, 전세진, 팍스넷뉴스, 2019.7.30
  • 年 10억잔 판매…’메가 브랜드’ 된 카누, 김보리, 서울경제, 2020.2.18
  • 커피믹스부터 카누까지, 한방울 한방울 역사를 내렸다, 강민호, 매일경제, 2020.10.15
  • 맥심플랜트 젊고 세련되게… 커피믹스 ‘맥심’의 반전, 이덕주, 매일경제, 2019.5.9
  • 이태원로 한판 승부 맥심 플랜트 VS 스타벅스 리저브, 이성기, 이데일리, 2018.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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