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테라 VS 반격의 카스, 2020년 맥주의 승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음료계에 일으킨 파장은 겨우 회식에서 술을 마시던 사람들을, 집에서 술을 마시게 했다는 것. 그리고 잠깐 잊고 있던 코로나 맥주를 기억나게 한 것 정도가 아닐까?

술을 마시는 장소와 방법은 달라졌지만, 퇴근 후 맥주에 대한 우리들의 사랑은 여전하다. 그래서 2020년은 수년 동안 유지되어왔던 맥주산업이 바뀌게 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지난 <콜라보로 보는 2020년 맥주계>에서 편의점에 진출한 수제맥주를 다뤘다면(무려 CU편의점 맥주 매출의 10%를 수제맥주가 차지했다), 오늘은 더 치열한 대기업들의 전쟁을 다뤄본다.


압도적 카스 VS 진격의 테라
카스테라 맥주전쟁

아무리 다양한 맥주들이 나와도, 식당과 편의점, 마트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녀석은 ‘카스’ 아니면 ‘테라’다. 지난해 태어난 하이트진로의 야심작 ‘테라’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다. 공장 가동률은 2배가량 올랐고, 지난해 매출은 7년 만에 2조를 찍었다. 유일한 고민이라면 기존에 상징적이었던 ‘하이트 맥주’와 테라가 세대교체를 하면서 회사 이름도 언제 ‘테라’로 바꿔야 하나와 정도가 아닐까?

한 번 고른 맥주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기에 맥주계는 챔피언이 항상 유리하다. 하지만 기세를 타고 올라오면 막을 수 없이 뒤집어지기도 한다. 카스가 그렇게 하이트를 이기고 맥주 1위로 군림을 했던 맥주다. 이제는 상황이 반대가 되었다.

오비맥주 배하준(이라서 친근했지만 풀네임 벤 베르하이트) 사장은 상품군 확대를 노린다. 카스는 모델인 백종원 선생님으로 지키고, 전투 영역을 넓힌다… 덕분에 올해의 맥주시장이 재미있어졌다.

(하지만 새로워진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를 잊지말자)

하이트 제로 0.00 VS 카스 제로 0.0
제로의 영역 무알콜 맥주전쟁

곧 출시된다는 소문만 무성했던 카스의 무알콜 맥주 ‘카스 제로 0.0’이 출시된 것이다. 가짜 맥주다, 임산부 맥주다라며 서자 취급(?)을 받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지난해 무알콜 맥주 시장이 약 153억원을 기록하면서 8년 사이에 11배 이상이 커졌다. 세계적으로도 무알콜 맥주시장은 성장세이기 때문에 앞으로 가능성은 더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기존에 무알콜 맥주를 개척하던 것은 2012년에 출시한 하이트맥주의 ‘하이트 제로 0.00’이었다. 이 녀석의 특징은 맥주 제조 공정에서 발효를 거치지 않아서 알콜 자체를 없애버린 그야말로 무알콜 맥주(맛 음료)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무알콜 맥주 시장의 점유율은 약 58%다.

(이 녀석들 24% 점유율의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잊지말라구!)

그리고 출시 소문만 무성하던 ‘카스 제로 0.0’이 나왔다. 이 녀석은 ‘하이트 제로 0.00’과 비슷하지만 또 다른 음료다. 숫자 0이 하나 없기 때문이다… 는 장난이고, 카스 제로는 만드는 과정에서 발효와 숙성하고 알콜을 나중에 추출했다. 때문에 맥주와 맛과 풍미는 비슷하지만, 알콜이 0.05% 정도가 남아있다(국내에서는 알콜 1% 미만은 무알콜 음료로 구분한다).

무엇보다 무알콜 맥주 시장에 업계 1위였던 카스가 들어온 것만으로도 맥주시장이 들썩들썩 한다랄까?


필라이트 라들러 VS 필굿 세븐
저도수와 고도수의 발포주 전쟁

지난 몇 년 동안 성장한 발포주 시장은 올해도 하이트맥주의 ‘필라이트’와 오비맥주의 ‘필굿’의 전쟁이었다. 올해는 주춤한 듯싶었으나 언제든 성장의 여지가 있는 가성비 전쟁터가 아닌가. 오히려 발포주들은 새로운 맛과 풍미로 더 저렴한 가격에 여러 맛의 발포주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발포주의 1위이자 10억 캔이 팔린 ‘필라이트’는 벌써 4번째 버전을 냈다. 올해 출시한 맥주는 ‘필라이트 라들러’. 레모네이드의 풍미가 나는 알콜 2%의 과일 발포주를 낸 것이다. 이제는 필라이트 안에서도 기존의 필라이트, 저온 숙성한 ‘후레시(파랑이)’, 밀로 만든 ‘바이젠(주황이)’, 레몬맛 ‘라들러(노랑이)’가 되어 코끼리 가족을 이루고 있다.

경쟁자인 고래 ‘필굿’은 반대로 알콜이 7%나 되는 ‘필굿 세븐’을 출시했다. 별명은 ‘소맥맛 맥주’. 기존의 맥주보다 도수를 높이고, 알콜풍미(?)를 가득 넣어서 마치 소맥을 타마신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다. 기존 필굿은 필라이트와 항상 비교가 되었다면, 오히려 아예 강한 맛을 내놓아서 필굿을 볼 때 ‘강한 맛’, ‘순한 맛’으로 구분하게 만들어 버린 한 수였다.

(몰랐을 수도 있겠지만 무학의 크로코도 발포주다)

다양성을 기록한 2020년
맥주 내년은 어떨까?

무알콜, 발포주, 다양성. 코로나19가 아니었어도 언젠가는 바뀌게 될 맥주계의 미래였다. 하지만 올 한 해의 환경은 이것들을 빠르게 가져오는 한 해가 되었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기가 더욱 쉬워졌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마시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경쟁은 눈으로도 입으로도 즐겁다. 내년에는 더 맛있고, 다양한 맥주의 세계가 빨리 오기를. 거기에다가 코로나19 상황도 어서 끝나 함께 잔을 건배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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