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알못을 위한 첫번째 홍차 안내서

꽃무늬 찻잔에 든 차를 홀짝거리며 3단으로 층층이 쌓인 디저트를 우아하게 집어 드는 언니. 어릴 적 동화책에서 처음 본 홍차의 모습이었다. 나는 홍차가 드레스와 공주님의 동의어인 줄 알았지. 하지만 내가 만난 홍차는 도시 한복판의 카페. 평범한 흰색 찻잔에 담긴 모습이었다. 물론 나는 청바지에 후드티를 입고 있었지.

최근 밀크티, 버블티가 커피만큼 친숙한 음료로 자리 잡으면서 홍차에 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오늘의 마시즘은 세계인을 사로잡은 첫 번째 차, 홍차에 관한 이야기다.


홍차는 영어로 
드티가 아니라 블랙티라고?

먼저 홍차는 영어로 블랙티(black tea)다. 찻잎의 색이 검기 때문이다. 똑같은 차를 두고 동양은 홍차로, 서양은 블랙티로 불렀던 것이다. 그 이유는 동양은 차를 우려낸 찻물의 색깔에 따라 차의 이름을 구분하지만, 서양은 찻잎 자체의 색깔을 보고 차의 이름을 지었기 때문이다. 세계관의 차이랄까?

블랙, 아니 홍차는 많이 산화된 차를 말한다. 찻잎을 따서 바로 가열하면 녹차, 산화를 시키면 홍차가 되는 것이다. 효소가 공기와 만나도록 비빈다. 그러면 홍차의 향이 더 강해지고, 카페인이 많이 생긴다. 같은 차 나무에서 태어났어도 누구는 녹차, 누구는 홍차가 된다. 떡을 끓이면 떡국, 볶으면 떡볶이가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아니다) 

(그렇게 홍차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차가 되었다)

홍차를 따지는 첫 번째 방법, 
누가 만들었니?

자, 이제 홍차를 마실 시간이다. 그런데 종류가 너무 많다. 그렇다면 홍차는 어떻게 골라야 할까? 홍차를 분류하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블렌디드 티(Blended tea)’. 만약 티백으로 홍차를 마셔보았다면 아마도 그것은 블렌디드 홍차일 확률이 크다. 마트나 편의점, 호텔에서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렌디드 홍차는 서로 다른 산지의 홍차를 섞은 것이다. 립톤이나 트와이닝 등 유명 브랜드마다 차를 배합하는 자기만의 레시피가 있다.  그렇다. 영업비밀인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블렌디드 티)

대표적으로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티’가 있다. 한국인의 김치처럼 홍차를 즐겨마시는 영국 사람들은 아침마다 이 차를 마시면서 잠을 깨운다. 보통은 우유를 넣어 밀크티로 즐긴다. 같은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티’이더라도 브랜드마다 조금씩 맛이 다르다. 

(소장욕구를 부른다)

차 회사마다 다양한 시그니쳐 블렌디드 티를 가지고 있다. 구하기도 쉽고, 일정한 맛을 제공하기 때문에 홍차 초심자라면 블렌디드 티로 시작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홍차를 따지는 두 번째 방법, 
넌 어디에서 왔니? 

두 번째 ‘스트레이트 티(Straight tea)’. 스트레이트 티는 커피로 치면 싱글 오리진을 뜻한다. 단일 지역에서만 나온 찻잎이라는 뜻이다. 원산지가 곧 브랜드가 된 경우랄까? 생산지의 땅이나 날씨, 바람 등에 따라 홍차의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찻잎을 따는 시기에 따라서 맛이 변할 만큼 민감한 녀석이다. 단점은 잘 모르고 집으면 랜덤 뽑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지.

잘 모르겠다면 우선 3개만 기억하자. 기문(중국), 다즐링(인도), 우바(스리랑카). 세계에서 손꼽히는 3대 홍차다. 쉽게 말하면 우리나라의 ‘보성 녹차’나 ‘제주 녹차’ 같은 것이다. 

예를 들어조지아 크래프트 밀크티 라떼와 (지금은 단종된) 골드피크티가 우바 홍차를 사용한다. 우바는 고지대에 위치한 산지에서 나와 향이 진하고 강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 서울우유의 살롱 밀크티는 아쌈 홍차와 얼그레이를 사용한다. 아쌈은 인도 아삼 지역에서 생산되는 홍차다. 역시 맛과 향이 강해서 주로 우유를 넣은 밀크티로 즐기는 홍차다. 마셔보았을 때는 장미향처럼 부드러운 꽃향기가 느껴졌다.


홍차를 따지는 세 번째 방법, 
어느 향을 더했니?

마지막으로 ‘가향 차(Flavroy tea)’. 가향차는 찻잎에 꽃잎이나 과일 등으로 맛과 향을 추가한 버전이다. 대표적인 가향차가 그 유명한 ‘얼그레이’다. 얼그레이와 홍차를 혼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홍차의 종류 중에 하나가 얼그레이라고 보는 게 맞다.

이 분이 바로 얼그레이 백작

얼그레이는 기문, 실론 등 홍차에 ‘베르가못’이라는 감귤류 과일의 향을 덧입혀서 만든다. 진한 오렌지색의 찻색이 특징. 1830년 영국의 총리였던 ‘찰스 그레이’ 백작이 이 차를 아주 좋아해서 그의 이름을 따서 얼(Earl, 백작) 그레이라 부른다. 성덕 중에 성덕이랄까? 

친숙한 과일향, 꽃향을 덧입혀서 초보자도 무난하게 도전하기 좋다. 홍차를 도전하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추천한다.


향긋하고 뜨거운 
홍차의 세계 속으로

어디에서 홍차를 만나볼 수 있을까? 마트, 편의점은 기본이고 요즘은 카카오톡 선물하기나 쿠팡에서도 쉽게 홍차를 만나볼 수 있다. 예전에는 백화점이나 전문 찻집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홍차가 어느새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었던 것이다. 마치 고급 정장을 입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후드티를 즐겨 입는 친구를 만난 것 같다.

홍차는 언제든지 편하게 마셔도 좋은 차다. 처음에는 티백으로 간편하게 즐기는 정도에서 시작하면 충분하다. 홍차가 마시고 싶은 순간에는 용기를 내어보자. 홍차라는 놀이터로 떠나는 여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 참고문헌
  • [문기영의 홍차수업] ②홍차와 녹차는 어떻게 다를까, 오피니언뉴스, 2020.2.21
  • [문기영의 홍차수업] ⑦얼 그레이와 가향차의 세계, 오피니언뉴스, 2020.4.11
  • 홍차에 대한 모든 것, 올리브매거진, 2018.4.16
  • 홍차(紅茶)는 왜 블랙티(Black tea)일까?, 조선닷컴, 2017.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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