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주년 한정판 칭따오는 무슨 맛일까?

인파가 가득한 퇴근길을 혼자 걷는다. 누구를 찾지도, 편의점에 들리지도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퇴근 후에 마실 맥주뿐이다. 오늘을 위해 거의 금주를 하다시피 월요일과 화요일을 견뎌냈지. 

그렇다. 그는 때와 장소에 따라 맥주를 마시는 남자. 매년 나오는 칭따오 한정판을 수집하는 남자.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음료신상털이 ‘마시즘’이다. 정말 진짜 방금 마시고 바로 리뷰를 달린다. 


칭따오 100주년 한정판 
네 녀석의 신상을 털어준다!

(뭐야 이 칭따오의 자태)

마시즘의 칭따오 콜렉션에 새로운 식구가 들어왔다. 바로 100주년 기념으로 나온 ‘칭따오 마스터 리미티드 비어’다. 이름이 길어 ‘칭따오 100주년’ 혹은 ‘칭따오 마스터’라고 불리고 있다. 

멋진 맥주병에 동양 느낌의 디자인을 멋지게 각인시켜서 맥주인지, 고량주인지 모를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한자는 이름밖에 쓸 줄 몰라 검색을 해보니. 패키지에 적혀있는 말은 ‘백년의 여행(百年之旅)’이라는 말이라고.

그렇다. 칭따오 마스터 리미티드 비어는 칭따오의 100년 이상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지난해 중국에 출시되었다. 이 녀석만을 위해 재배된 맥아와 쌀을 사용했고, 브루어리의 사명을 걸었기에 낼 수 있는 최대의 전투력을 끌어모아 만든 맥주라고. 그것이 올해 국내에 한정 출시가 되고, 마시즘 손에 들어왔다.


2021개 한정판을 겨우 사도, 
함부로 마실수 없는 이유

(품질보증서까지 들어있는 맥주라니)

칭따오 마스터 리미티드 비어는 2021병만 한정 판매되고 있다. 칭따오 한정판이라면 참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들이 주변에도 종종 있기에 구매를 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만, 마셔봤다는 이야기는 주변에서 듣지 못했다. 마시즘도 사실 누가 먼저 마셔봤을까 눈치게임을 했다. 그 이유는…

한 병에 4만 9천원이라는 가격 때문이다. 4캔에 만원에 익숙한 맥린이라면 깜짝 놀랄 수도 있다. 맥주를 마시는데 영혼과 월급을 쉽게 바치는 덕후들도 긴장을 하게 한다. 예를 갖추지 않고 물 마시듯 마셨다간 평생을 후회할지 몰라.

이런 맥주는 특별한 날, 기분 좋은 날에 함께 하는 것이 국룰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봤다. 직장인 마시즘. 오늘이 아니면 칭따오 100주년 한정판을 마실 기분 좋은 날이 없다. 달력을 살펴보라. 어린이날, 부처님 오신 날 이후에 펼쳐질 휴일이 없잖아! 현충일도 일요일이고, 광복절도 일요일이야, 개천절 너마저!

그래서 오늘 이 녀석을 까기로 결심했다. 


독특할 줄 알았는데 그윽하다
가장 칭따오스러운 맛

(사실 칭따오란 말에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샀는데, 짙은 갈색의 라거였다)

“뻥!” 칭따오 마스터 리미티드 비어의 뚜껑이 열리며 큰 소리가 났다. 평소에 구매했던 수준의 칭따오가 아니었기에 엄청나게 독특하거나, 이색적인 맛을 기대했었다. 심지어 검은 패키지였기에 흑색 스타우트가 있을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 물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을 하며 따랐는데, 짙은 갈색의 라거가 나왔다. 어 너는?

거품은 부드럽게 잔에 차오르고, 걷히면서 칭따오 맥주 특유의 구수한 향기가 감돈다. 색깔이 살짝 더 갈색빛이 도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맛봤다. “아니, 이 맛은 칭따오잖아?” 그때까지는 몰랐다. 명품과 아닌 것을 가르는 것은 독특함이 아니라 한 끗 차이의 디테일이란 것을. 

칭따오 마스터 리미티드 비어에서는 칭따오 특유의 쌀의 담백함 느껴지는 맥주였다. 궁금함에 냉장고에 있는 칭따오를 함께 비교하며 마셔봤더니 차이점이 보였다. 기존의 칭따오 맥주가 담백하면서도 시원하고 청량감이 가득한 맥주였다면, 칭따오 마스터 … 헉 왜 줄여 부르는지 알겠는 이 녀석은 톡톡 튀기보다 그윽하고 부드러운 맛을 자랑한다. 그런 녀석이 도수는 또 6%로 높다니.

담백하면서 쌉싸레하고, 맛의 변화가 부드러워서 천천히 즐기는 재미가 난다. 향을 다시 맡아보면 약간의 장미꽃 같은 향기도 느낄 수 있다. 과연 이런 맥주는 천천히 장점을 뜯어봐야 하는구나. 허겁지겁 마구 마셨다가는 진면목도 느끼지 못하고 돈이 비트코인처럼 날아가는 수도 있으니(아니다)


맥주도 문화생활이 될 수 있다면
좋은 취향의 칭따오

100년이 넘는 시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은 맥주를 만들어온 브루어리의 야심작이기에 맛과 품질을 의심하지 않았다. 마시고 리뷰를 쓰다보니까 또 자꾸 입안에 아른거리기도 한다. 한국에서 ‘칭따오 마스터 리미티드 비어’가 나온 이유는 ‘만원에 4캔’이라는 심리적인 맥주의 마지노선을 넘어보기 위한 도전같은게 아닐까.

편의점, 마트, 만원에 4캔… 간편함에 갇혀있었던 마시즘의 느슨한 맥주 취향에 긴장감을 주는 녀석이 나왔다. 매일같이 햇반만 먹다가 초고급 한정식집에서 만든 공깃밥을 먹은 느낌이랄까? 밥… 아니 맥주를 이렇게 즐긴다면 하나의 교양이나, 취미 또는 문화생활도 가능할 것이라 좋은 꿈을 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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