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따오 홈술웨어, 맥주의 완성은 양말이라고?

마네킹이 가득한 매장을 홀로 걷는다. 콜라를 사지도, 맥주를 마시지도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집에서 편하게 입을 ‘옷’ 뿐이다. 아니, 음료가 아니라 옷이라고?

‘날씨야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 입냐 술 사 먹지’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온 지난 세월. 이제 남아있는 옷들은 누더기들 밖에 없어서 ‘옷장’을 ’헌옷수거함’이라고 불러도 좋을 지경이다. 근데 무슨 옷을 사야 하는 거야? 결국 스마트폰을 뒤적이다 찾게 되었다. 

어? 옷인데 맥주회사 로고가 있어? 치, 칭따오?


프로 맥주 리뷰어의
패션리뷰

나는 왜 옷을 살 때도 음료부터 눈에 들어올까

칭따오 모으는 남자, 마시즘의 구미를 당기는 옷을 발견했다. 맥주 회사 ‘칭따오’와 인플루언서들이 찾는다는 쇼핑몰 ’하이버’가 한정판 콜라보를 했다고 한다. 이거 살 돈이면 칭따오가 몇 캔인데! … 라고 말하기에는 나는 선을 넘은 지 오래다. 지난주에는 어린이날 전날에 즐겁다고 4만 9천원짜리 ‘칭따오 100주년 리미티드’를 마시지 않았던가.

하지만 맥주에 있어서는 깐깐징어지만, 패션의 세계에서 너그럽게 다룰 수는 없는 법. 칭따오가 옷을 만든 것에는 이유가 있을 거야! 지극히 맥주적인 관점에서 패션을 분석해주겠다. 오트쿠튀르, 밀라노 컬렉션! 긴장해라!


…는 새로 산 이불처럼 
편안한 옷이 왔는데요?

도톰도톰 열매를 먹은 듯 부드럽고 튼튼한 소재다

‘칭따오’와 ‘한정판’이라는 글씨만 보고 잽싸게 구매를 한 것이 문제였다. 그동안 브랜드와 의류의 콜라보들은 화려하게 로고나 상징을 보여주기에 바빴다. 때문에 일상에서 입었다가는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 되기가 쉬웠다. 살 때는 분명 공항패션이 될 줄 알았는데 공황을 일으키는 패션이라니(ㅠ).

칭따오를 입은 마시즘 착샷(이었으면 좋았을 것), 사진출처 : 하이버

이와 달리 칭따오는 ‘홈술웨어’를 선보였다. 집에서 술을 마시기에 가장 적합한 옷이라는 것이다. 아마 겉치장이 화려한 옷이었다면 그것만 신경 쓰느라 맥주를 마시지 못하겠지. 주름이 잡히면 어쩌나, 안주가 튀면 어쩌나. 하지만 칭따오의 콜라보 옷은 기능성에 집중했다. 오직 맥주만 집중할 수 있는 옷차림이랄까?

그렇다고 옷이 예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홈술을 할 때 이 옷을 입으면, 집안에서도 꾸미고 사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컬러 또한 나름 인기 컬러를 뽑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팬톤은 알고 칭따오는 모르는 선택이다. 

맥주의 완성은 디테일, 바로 양말이

각각의 색깔은 칭따오 제품을 상징하고 있다. 초록색의 라거, 밝은 회색의 퓨어 드래프트, 검은색의 스타우트, 베이지색의 위트 비어(밀) 마지막으로 푸른색의 논알콜릭을 상징하는 것이다. 다들 초록색 라거만 있을 줄 알았겠지?


이 옷에는 단점이 있다
칭따오만 시켜 먹을 수 있다

최애 칭따오 논알콜릭을 의복을 갖춰 마셔본다

칭따오 옷을 입고 칭따오를 마신다. 요즘 좋아하는 칭따오의 라인업은 논알콜릭이다. 개인적으로 지난해 출시되었을 때부터 마시는 논알콜 맥주다. 맛은 맥주 맛이 제대로 나는데 알콜도수가 없고, 칼로리도 적다(65칼로리 정도 된다고). 그야말로 취하고 싶지 않지만 맥주는 마시고 싶을 때 제대로인 녀석인데, 옷까지 갖춰 입으니까 멋에 취하는 것 같다… 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기분이 편해진다.

하지만 이 옷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분명 칭따오를 마실 때는 기분이 150% 이상 즐거워지지만, 자칫 동네 앞의 술집에서 친구를 만나거나 편의점에서 다른맥주를 살 때 크나큰 장애가 될 수 있다. 뭔가 칭따오가 아닌 맥주를 골랐다가는 옷이 날개옷처럼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든다랄까?

…는 내가 매일 같이, 일년 내내 같은 옷만 입는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아니니 다행이다. 옷 하나 바꿔 입었을 뿐인데 집에서 마시는 ‘홈술’이 더욱 즐거운 기분과 활력을 줬다. 이게 바로 패션의 힘일까(아니다). 앞으로도 이런 맥주와 의류 콜라보가 가득 나오기를 기대한다. 맥주의 완성은 패션이니까.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