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흑맥주 회사에서 물 광고를 한 이유는?

어느 날 세계 맥주 컨퍼런스가 끝나고 버드와이저, 하이네켄, 아사히, 기네스의 CEO가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주문을 받으러 온 종업원에게 버드와이저 CEO가 말했다.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맥주 버드와이저를 주시오”. 뒤이어 하이네켄의 CEO도 말했다. “유럽에서 가장 잘 팔리는 맥주 하이네켄을 주시오.” 아사히 CEO는 재빨리 아사히 맥주를 마시고 외쳤다 “샘물처럼 청량하고 시원한 맥주군.”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기네스 CEO는 콜라를 주문했다. 깜짝 놀란 CEO들이 물었다. “왜 기네스를 안 시키고 콜라를 마십니까?” 그러자 기네스 CEO가 말했다.

“아, 아무도 맥주를 마시기 싫어하길래 나도 음료수를 시켰소.”

드립의 민족(?) 아일랜드 사람들의 18번 조크 중 하나다. 이렇든 유머와 기네스를 겸비한 아일랜드 사람을 재치로 이기기는 쉽지 않다. 

(투명한 색깔의 기네스라니, 설레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선을 넘었다. 지난 <투명한 색깔의 기네스라고? 기네스 클리어 리뷰>에서 물을 기네스의 잔에 담아 무알콜 음료처럼 소개하지 않았던가(확실히 무알콜이긴 했다). 오늘은 독자분들을 위한 AS특집. 세계 최고의 흑맥주(스타우트) 회사는 왜 물 광고를 한 것일까?


큰 기회가 올 때 위트가 없으면
기네스 광고가 아니지

한국에서 기네스는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맥주다. 하지만 본토의 기네스는 품질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이 하지 않는 재미있는 일들을 해왔다. 일단 버려진 양조장을 9천 년 동안 임대하는 계약서를 쓴 것부터 심상치 않다. 

(무인도에서 발견하면 기네스 선물하러 오나요?)

1954년에는 ‘수천 킬로미터를 지나 당신에게 도착한 메시지 기네스는 좋은 맥주입니다’라는 쪽지를 넣은 기네스 병들을 바다에 띄우고 세계 곳곳에서 병을 주운 사람이 연락하면 기념품을 주는 이벤트를 했다. 50년이 지나도 발견이 되어 ‘세계에서 가장 상영시간이 긴 광고’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정도면 기네스북… 아니 기네스북도 시작은 기네스 맥주에서 만든 것이었잖아? 

(기네스에게 럭비란, 퇴근 후의 치킨과도 같은 것이다)

이런 기네스에 또 다른 기회가 생겼다. 2018년 <식스 네이션즈(Six Nations)>의 타이틀 스폰서십 계약을 맺은 것. 식스 네이션즈는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프랑스, 이탈리아까지 6개국이 참가하는 럭비 전쟁(이라고 쓰고 대회라고 읽는다)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거대한 이벤트에 기네스가 스폰서가 된 것이다(야구를 볼 때 맥주를 마시듯, 럭비를 볼 때는 기네스가 딱이다).

이제 멋진 캠페인이나 광고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에 골을 넣는 것만 남았다. 문제는 대회까지 50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었지만. 


기네스는 어차피 모두가 아니까 
다른 것을 이야기 해보면 어떨까요?

수백만 파운드로 따낸 스폰서십 계약. 사실 ‘럭비 하는 장면과 이를 보며 마시는 기네스’ 정도의 광고를 만들어 냈어도 무방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네스에서는 다른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 음주에 있어서 ‘책임감’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연예인이 등장해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조금 상투적이고, 무알콜 맥주를 출시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다가 닿은 것은 물 한 잔이었다. “물을 홍보하면 어떨까요? 기네스처럼” 그렇게 평범한 수돗물은 기네스의 새로운 (가상)제품 ‘기네스 클리어’가 되고 말았다.

(장담하건데, 지구상에서 가장 비장하게 담기는 H2O다)

광고는 전형적인 맥주 광고의 모습을 따라가고 있었다. 기네스 클리어를 보여주고, 역사를 읊어주고, 재료까지 돋보이게 광고했다(100% H20). 이게 뭔가 싶은 순간 나오는 브루어가 나와 기네스를 따르는 방법까지 꼼꼼하게 소개해주었다.

(마스터 브루어가 여기서 왜 나와)

기네스는 이에 그치지 않고 부가제품인 ‘기네스 클리어 엑스트라 콜드(얼음을 넣은 것)’, 집에서 손쉽게 만들어 마실 수 있는 ‘기네스 클리어 홈브루 세트(잔만 들어있는 상자)’까지 선보였다. 그리고 효과는 대단했다.


럭비를 보는 사람들이 변했다 
‘기네스 클리어 주세요!’

기네스 클리어의 인증샷이 폭발했다. 유명 셀럽부터 기네스를 좋아하는 사람까지 이 정체불명의 신제품을 좋아했다. 유튜버들은 시음 영상을 올리면서 기네스 클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몇몇 아이리시 펍 주인들은 ‘기네스 클리어’가 너무 핫한 메뉴라 걱정을 할 정도였다(기네스 클리어는 무료니까). 

(바에서 물을 부담 없이 시킬 수 있게 만든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만하다)

이 모든 게 ‘음주 중간중간 물을 마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건전한 음주 생활에 도움이 됩니다’를 압축한 행동이었다. 사실 술을 마시는 바에서 음주 중간에 ‘물’을 시키는 것은 음주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들도 ‘기네스 클리어’를 주세요라는 말로 음주 중간중간에 물, 아니 기네스 클리어를 마시는 것을 즐거운 행동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기네스 클리어’ 현상을 즐겼으며, 기네스의 판매량도 함께 늘었다. 결과적으로 칸 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안 그래도 최고의 창의력 대장들이 격돌하는 칸 광고제에서 올해의 가장 기상천외하고 효과적인 광고로 선정된 것.


용감한 아이디어와 행동은 변화를 낳는다

유럽을 넘어 한국에도 기네스 클리어가 찾아왔다. 기네스는 술자리에서 마지막 한 잔이 아쉬운 순간 ‘술’ 대신 ‘기네스 클리어’로 대신하라고 제안을 한다. 이에 웃어주며 응한다면 여러분도 ‘아일랜드식 조크’이자 ‘기네스의 용감한 행동’에 지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훌륭한 제품은 멋진 고객을 낳고, 용감한 행동은 충성스러운 팬을 만든다. 기네스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맥주가 된 것은 이런 훌륭한 제품과 용감한 행동에 포함한 ‘위트’ 한 숟가락이 아니었을까? 각박하게 돌아가는 세상에 숨통을 틔게 만드는, 이런 재미있는 캠페인들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기네스 한 잔을 걸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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