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품절대란까지 일어나다? 닥터 페퍼의 모든 것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청량음료는 무엇일까? 물어본다면 누구나 ‘코카콜라’를 말할 것이다. 또한 그다음으로 ‘펩시’를 이야기할 것이다. 어떤 해가 그래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답이다. 

브랜드 파이낸스의 식음료 2021 보고서 발표의 상단에서도 역시 익숙한 브랜드가 장식을 하고 있었다. 1위 코카콜라, 2위 펩시, 3위 레드불, 4위 네스카페, 5위 몬스터 에너지, 6위 스프라이트, 7위 게토레이, 8위 닥터 페퍼… 아니 닥터 페퍼가 왜 나와? 브랜드 가치가 40%나 뛰었다고?

(사진출처 : Brand Finance)

이유를 들어보면 재미있다. 코로나19가 오면서 닥터 페퍼를 사재기(pantry-loading)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에서 ‘닥터 페퍼’는 화장지, 밀가루와 함께 마트에 공급 부족 현상을 겪은 물품이 되었다. 갑자기 많은 사람이 닥터 페퍼를 찾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닥터 페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재난 물품으로 닥터 페퍼를 집에 쌓아놓은 것이다. 대체 이 음료의 매력은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일까? 


코카콜라보다 내가 더 빨라,
닥터 페퍼의 탄생

(놀랍게도) 닥터 페퍼는 코카콜라와 펩시보다 빨리 태어났다. 1885년 텍사스주의 작은 동네약국에서 만들어졌다. 당시 약국은 요즘의 편의점과 비슷한 위치를 하고 있었다. 약도 팔고, 잡화도 팔고, 약사들은 음료를 만들어서 팔았다. 약사였던 찰스 앨더튼(Charles Alderton) 역시 여러 가지 향을 입혀보면서 음료를 실험했다. 문제는 무려 23가지 향을 한 음료에 섞어버렸다는 것이다. 

(당시 닥터페퍼를 만든 자리는 현재 ‘닥터페퍼 박물관’이 되었다)

사람들은 이 매력적인 음료에 빠져들었다. 당시에 이름은 ‘웨이코’였지만, 약국의 주인 웨이드 모리슨(Wade Morrison)은 음료의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 이름하야 ‘닥터 페퍼(Dr.Pepper)’다. 

모리슨은 이 음료의 대량생산을 위해 공장도 만들었지만 한 가지를 남기지 않았다. 왜 하필 이름이 닥터 페퍼인지 밝히지 않은 것이다. 덕분에 100년 넘게 이름을 가지고 어그로를 끌게 되었다랄까?

닥터 페퍼 이름에 대한 루머들

– 모리슨에게 첫 일자리를 준 은인이 ‘찰스 페퍼’라는 인물이다
– 아니다. ‘찰스 페퍼’는 모리슨 여자 친구의 아버지 이름이었다
– 아니다. 마셔보니 후추(페퍼)처럼 톡 쏴서 ‘닥터 페퍼’라고 지었다


코카콜라, 펩시 사이에서
닥터 페퍼가 살아남는 법

동네의 인기 음료였던 닥터 페퍼는 어떻게 미국 전역, 아니 세계까지 진출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1904년 세인트루이스에 열린 ‘만국박람회’에 닥터 페퍼가 참여했기 때문이다. 당시의 세상은 코카콜라도, 펩시도 지금처럼 당연하게 엄청났던 시절이 아니었다. 수백, 수천의 지역 탄산음료들이 있었던 시기다.

만국박람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닥터 페퍼의 맛에 열광했고, 2천만명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 음료는 제대로 데뷔를 하게 되었다. 드디어 성공적인 전국 진출을 하고 탄산음료의 왕좌를 차지하… 는 일은 없었다. 코카-콜라와 펩시가 너무 커버렸거든. 하지만 닥터 페퍼는 그 독특한 맛을 좋아하는 탄탄한 매니아를 남길 수 있었다.

(코카콜라에서 닥터페퍼를 견재하기 위해 ‘Mr.Pibb’이란 음료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후 닥터 페퍼는 유럽과 아시아, 남미, 호주 등 전 세계에 닥터 페퍼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남기게 되었다. 한국에는 1980년대에 처음 모습을 선보였다.


음료계의 평양냉면,
닥터 페퍼 증후군을 아시나요?

(닥터페퍼에 과몰입한 닥터페퍼…)

어떻게 보면 ‘코카콜라’와 ‘펩시’가 너무 유명해져 버려서 ‘닥터 페퍼’가 매니아틱한 팬덤을 얻었다. 두 콜라의 맛과 다르게 독특한 향과 느낌을 가지고 있는 닥터 페퍼는 누군가에게는 이상한 맛이 나는 콜라로, 누군가에게는 향긋한 향이 느껴지는 콜라로 기억이 되었다. 첫 번째 경우의 사람은 닥터 페퍼를 다시 마시지 않지만, 두 번째 경우의 사람은 닥터 페퍼를 열렬하게 변호하게 된다. 그래서 나온 것이 ‘닥터 페퍼 증후군’이다.

인터넷에서는 닥터 페퍼 증후군을 ‘인기 없는 닥터 페퍼를 마시며 남들과 다르다는 우월감을 느끼는 병’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마시는 사람만 마시는 음료지만, 이 음료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독특함’과 ‘개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자신의 선택이 대중과 달라도 개의치 않아하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의 IT회사에서 프로그래머를 채용할 때 역량이 비슷하다면, ‘콜라 중에 뭘 좋아하냐고 묻고’ 닥터 페퍼라고 말한 사람을 뽑았다는 사장의 인터뷰도 있었다(자신은 코카콜라를 좋아하지만, 사람은 닥터 페퍼를 좋아하는 사람을 뽑는다). 닥터 페퍼를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두할 것 같은 사람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음료 관심법 아닌가?

이런 논란과 이야기가 닥터 페퍼의 팬심을 똘똘 뭉치게 만든다. 대중문화에서도 닥터 페퍼를 다루기도 했지만, 서브컬처로 정점을 찍은 것은 텍사스주 알링턴에 살던 ‘엘리자베스 설리번’ 할머니가 104세 때 한 인터뷰였다.

(콜라계의 명언을 남기신 설리번 할머니)

“저는 닥터 페퍼를 하루에 3캔 마십니다. 의사들은 ‘그 음료가 당신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지만, 그렇게 경고한 의사들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우.”

이분의 닥터 페퍼 사랑은 인터넷에 퍼지게 되었다. 닥터 페퍼 스내플 그룹 회장은 할머니의 생일에 닥터 페퍼 캔 모양 케이크를 선물했고, 106세에는 역대 최고령 메이저리그 시구자를 하기도 했다. 


우리가 좋아하는 음료의 특징은 무엇일까?

세상에 닥터 페퍼보다 맛있는 음료는 많다. 하지만 닥터 페퍼의 매력은 맛에서 그치지 않는다. 닥터 페퍼를 둘러싼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가 모여 닥터 페퍼를 마시는 나를 정의해준다. 오랜 시간 매니아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 음료에는 ‘체리향 콜라’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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